별스민 2023. 11. 30. 21:15

 

 

 

가을은 줍는 달

            박노해

 

가을은 그저 줍는 달

산길에 떨어진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고 대추 알을 줍고

가을은 햇살을 줍는달

물든 잎새를 줍고 가을 편지를 줍고

가슴에 익어 떨어지는 시를 줍고

그저 다 익혀 내려주시는

가을 대지에 겸허히 엎드려

아낌없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그 빈 가지 끝

언제 성난 비바람이 있었냐는듯

높고 푸른 하늘은 말이 없는데

그래

괴로웠던 날들도 다 지나가리라고

다시 일어서 길을 걷는 가을

가을은 그저 마음 줍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