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스민 2023. 5. 6. 19:48

모란이 피기 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인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 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