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풍경과 에세이 ♣/시가 있는 풍경 사평역에서 별스민 2017. 2. 1. 22:29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