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풍경과 에세이 ♣/시가 있는 풍경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별스민 2020. 1. 10. 16:36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침묵의 들판 끝에서추억은 혼자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