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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을비 오는 날을 위하여

by 별스민 2014. 11. 29.

가을비 오는 날을 위하여

                         양영길


가을비 오는 날을 위하여
창밖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둘 일이다.


노랑 할미새 찾아와 앉은 은행나무 한 그루이거나
때가 되면 불게 타는 단풍나무이거나
비가 오면, 비가 오면
한잔의 낮술에 가슴을 태우며
단풍이 붉은 이유는
가을비 속에 적셔볼 일이다.

 

가을비 오는 날을 위하여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 하나 남겨둘 일이다.


바다로 말없이 트여 있는 길이거나
그 시절 헤매이던 갈림길
가로수 몇 그루, 언뜻 보이는 그런 길이거나
남겨둔 길을 위하여 비는 내리고
빗길 따라, 걸어온 세월을 따라
물이 드는 나의 나뭇잎
하나 둘 세어 볼 일이다.

 

메마를수록 젖어들 줄 아는

또 다른 순수 앞에 그냥 서 있어 볼 일이다.


수평선하나 저만치 두고
가슴 깊이 깊이 남겨두었던 그 목소리를 찾아
전화 한번 걸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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