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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19

감사하므로 감사하므로 전진옥 갈 곳이 있다는 거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거 얼마나 행복하니 너 힘든 일 있어도 감사하며 살아 2024. 4. 17.
사과나무 아래서 꽃이 지던 날 박인걸 꽃이 져도 날은 맑네. 하도 많이 지니 이찌하랴. 바람이 없어도 꽃은 지네, 때가되면 뭔들 안질까 지는 꽃을 붙잡을 수 없네. 붙든다고 그 자리에 머물까 지는 꽃은 져야 하고 피는 꽃은 피어야 하네. 꽃 진다고 새는 안 울고 떨어진다고 비도 안 오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질줄 알고 피었다하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활짝 피었던 사람도 지네. 어제는 고왔는데 오늘은 지네. 아무 말 없이 떨어지네. 쓸쓸히 지니 가엽지만 피는 꽃이 있어 위로가 되네. 그럴지라도 지는 꽃에 서러운 마음 감출 수 없네. Ennio Morricone / The Mission(미션) ost 2024. 4. 16.
복사꽃 피는 언덕에서 복사꽃 피는 언덕에서 전수남 열차는 복사꽃 피는 언덕을 넘어 푸른 꿈을 싣고 내달리지만 돌아갈 곳을 잃은 노객 방황의 길은 멀기만 하고 고향을 떠나면서 두고온 어린 마음 보름달처럼 차오르는 그리움에 은빛 금빛 봄빛살이 출렁대는 고향집 뒷동산을 아직도 헤매는지 붉게 핀 복사꽃처럼 가슴 설레게 하던 순이의 수줍은 미소는 잊혀져가는 기억속에서도 선연히 남아있네. 2024. 4. 15.
시가 있는 풍경 봄의 소리 메마른 인정이 슬피 지나간 자리 위로 파아란 하늘이 펼쳐지고 그 아래 설레이는 봄의 소리 들려요 꿈결마다 보고싶던 그대 기다린 뜻이 전생의 꽃 이였던가요 한적한 들길에 하얀 민들레가 반겨요 돌아앉은 마음에도 나비처럼 가벼웁게 날으는 은혜로운 봄날 저만치 가버리는 이별의 슬픔을 보아요 인생은 만났다가 헤여지는 꽃바람 속에서 밝은 날의 용서하는 마음을 배워요 2024. 4. 14.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 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 2024. 4. 14.
봄 날 봄 날 李逸永 봄은 바삐 세상의 둘레를 열어젖히면서 만물 모두 움추린 어깨를 피고 생명을 숨쉬라고 손 짓한다 소파에 누워 하품하며 느리게 묵은 해 돌아보는데 가슴 풀어헤친 눈 부신 햇살 들판 가득한 시냇물 소리가 어서 나와 꽃구경하라고 어린 손녀처럼 재잘거린다 오, 생기 넘치는 이 봄날 아침 나는 말할 수없는 기꺼움으로 유리창 활짝 열어 젖히고 가득 가득 해맑은 봄기운 쓸어 담는다 2024. 4. 11.
파름한 봄 날 파름한 봄 날 허친남 어느 파름한 봄 날 오후 지나던 한가한 꿈 하나가 내 마음의 행간을 찾았다 한 이파리 떨어지는 꽃잎 아름다운 소리로 귀를 간질이고 또 다른 잎은 쌓여있는 그리움을 흔든다 그리 그리 떨어진 꽃잎들 시들고 말라 저물어 가고 나는 꿈 길 속 아지랑이 춤추는 길을 꿈인 듯 헤매고 있다 2024. 4. 11.
노루귀 노루귀 시조 : 전현구 꽃잎마다 마음 가득 묻어나는 그리움 육신을 벗고보니 꽃속에 여래 있다 긴긴밤 태운 애간장 춘설을 녹입니다 꽃밭엔 붉은마음 눈밭엔 하얀마음 꽃바람 불어오는 봄날을 기다리다 긴긴날 그리운 정이 가움이듯 흐릅니다 매서운 바람 끝은 산하에 가득한데 그리움 하도 많아 저리 일찍 피는가 노루꽃 붉은 꽃망울 불심이듯 핍니다 2024. 3. 23.
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 김재진 ​ 점점 더 눈이 퍼붓고 지워진 길 위로 나무들만 보입니다 나무가 입고 있는 저 순백의 옷은 나무가 읽어야 할 사상이 아닌지요 두꺼운 책장 넘겨 찾아내는 그런 사상 말입니다 그대가 앉아 있는 풍경 뒤에서 내가 노을이 된 것은 알 수 없는 그런 사상 때문은 아닙니다 그대라고 부르는 그 이름의 떨림이 좋아 그대를 그대라 부르고 싶을 뿐, 또 한 번의 사랑이 신열처럼 찾아와서 나를 문 두드릴 때 읽고 있던 책 내려놓으며 그대는 나무가 입고 있는 그 차가운 사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겠지요 그대, 단 한번 내가 가슴속에 쌓아두고 싶은 맹세나 기도 같은 그대 그대가 퍼붓는 눈발이라면 나는 서 있는 나무 일수밖에 없습니다 그대가 바람이라면 나는 윙윙 울고 있는 전신주 일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눈.. 2024. 3. 15.
하얀 꽃 하얀 꽃 최순명 어제의 상처는 바람에 날리고 수줍은 미소로 내 앞에 있는 그대 별이 있는 밤, 별빛 추억으로 가슴 아팠으리. 하얀꽃 순박한 꽃 그대 간절함은 사랑, 머물기를 별빛에 기도하고 아니 죽어도 못 있겠다 눈물도 흘렸으리. 바람이 빰을 스치며 어깨를 다독이면 그대 설움 더 하겠지 안개 같은 기다림은 긴 터널 지나 밝은 햇살 오듯 사랑은 그렇게 왔고 그대 아픔까지 사랑하리. 2024. 3. 14.
꽃 선미숙 예뻐라 예뻐라 하지 않아도 그냥 예쁩니다 이색저색 입히지 않아도 그저 아름답습니다 이자리 저자리 가리지 않아도 어디서나 곱습니다 누구나 한 때 그렇게 좋은 시절 있습니다 2024. 3. 14.
의자 의자 조병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겠읍니다. 2024.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