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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어떤 삶

by 별스민 2024. 12. 9.

 

 

 

어떤 삶

​      박인걸 ​

     

겨울에게로 성큼성큼

가을이 걸어 들어간다.

정면으로 승부하지 않고

일시적 포로가 되는 것이다. ​

 

옷을 홀랑 벗고

두 손 들어 항복하는 나무들

칼바람에 하염없이 울며

겨울의 수인이 되더라도 ​

무모하게 대항하거나

어리석게 삶을 포기 할 수 없어

지금은 수치스럽더라도

그 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

 

백사장에 놓인 고깃배도

밀물에 뜨는 날이 오고

터널 저 편에 새 세상이 있으니

절망하지만 않으면 기회는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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