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991 여름 이후 여름 이후 이종형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용서받고 싶은 일들이 하나둘 떠오르고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반성할 기억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여름 이후 2024. 8. 1. 비 내리는 날이면 비 내리는 날이면 원태연비 내리는 날이면그 비가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이곳에 내가 있습니다보고싶다기 보다는혼자인 것에 익숙해지려고비 내리는 날이면 그 비가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날이면이 곳에서 눈물없이 울고있습니다 2024. 7. 29. 시가 있는 풍경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워 한다는 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며 가치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행복한 삶 중에서 - 2024. 7. 27.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비가 내리는군요.내리는 비에그리움이 젖을까봐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보고 싶은 그대.오늘같이비가 내리는 날은그대 찾아 갑니다.그립다 못해 비가 됩니다.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쏟아지는 그리움에는마음이 젖는군요.벗을 수도 없고말릴 수도 없고. - 윤보영의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중에서 - 2024. 7. 22.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섭섭하게 그러나아주 섭섭하지 말고좀 섭섭한듯만 하게이별이게 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 생애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 만나려 가는바람이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엊그제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한 두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2024. 7. 21. 바람 부는 지구 위에 바람 부는 지구 위에 나태주지구는 하나꽃도 하나너는 내가 피워낸붉은 꽃 한 송이푸른 지구 위에 피어난꽃이 아름답다바람 부는 지구 위에네가 아름답다 2024. 7. 10. 그리움의 색동옷 그리움의 색동옷 이기철 그리로 그리로 가면 있을줄 알았는데그리로 그리로 가도 없어서아린 마음이 그리움 이다 돌아설까 돌아설까발을 꾸짖으면서도 돌아설까돌아설까 못 돌아서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왼쪽으로 가려다 멎고오른쪽으로 가려다 발을 돌리는가도가도 제자리인 마음이 그리움이다 그사이 보리가 패고물 흘러가는 죽은 새의 깃털이 바람에 날리고복사꽃 지고 단풍도 지고 그래도 한발짝 더 영원으로 서서 하루를 찬 돌 위에 세워두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2024. 7. 9. 수국밭에서 수국밭에서 이외수 도로변 꽃집 꿈꾸는 수국밭에서 암록빛 배암이 꽃을 게울 때 도시에서 하루 한번씩 꽃집 창 앞을 기웃거리던 버릇을 생각하는 친구여 차를 들게 지금은 비가 오지만 그리운 이유조차 알 수 없지만 몇년이 지나도 아는 이 없는 거리 따뜻한 커피잔 속에 보이는 친구여 도무지 사는 일이 힘들어 야위어가는 네나 내나 동무 삼는 수국밭에서 하루 한번씩 그립던 버릇을 생각하는 친구여 2024. 7. 9.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모두가 가르키는 별을 쫓아 걸었다.그렇게 남들을 따라서 걷다 보면그 끝에 꽃길이 있을 줄 알았다.끝이 없는 오르막을 오르다마침내 인생의 반환점에 도착했다.하지만 기대 했던 꽃길은 없었다.지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자,발 아래 핀 꽃들이 눈에 들어왔다.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이지나온 걸음마다 피어 있었다.이제야 알게 되었다.꽃길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내 삶 그 자체가 꽃이었다는 것을 - 오평선,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중에서 - 2024. 7. 8. 영원 영원 정 연복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우리의 사랑영원히 변치 말자약속했을 때그것은 그저아득한 맹세라고 생각했는데당신과 스물 몇 해살과 살 맞대고 살면서이제는 알 것 같다. 사람은 저마다고독한 섬이라서나는 아무래도 너일 수 없고너는 나일 수 없어도고단한 인생살이에서로에게로 비스듬히 기울어섬과 섬 사이의 틈이차츰차츰 좁아지다 보면그 아득한 사랑의 맹세는지금 이 순간의 일이라는 것 2024. 7. 7. 그림 그리기 4 그림 그리기 4 마종기1.한 그루 나무를 그린다,외롭겠지만마침내 혼자 살기로 결심한 나무.지난 여름은 시끄러웠다.이제는몇 개의 빈 새집을 장식처럼 매달고이해 없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는 나무.어둠 속에서는 아직도 뜬소문처럼사방의 새들이 날아가고,유혹이여.눈물 그치지 않는 한 세상의 유혹이여.2.요즈음에는 내 나이 또래의 나무에게관심이 많이 간다.큰 가지가 잘려도오랫동안 느끼지 못하고잠시 눈을 주는 산간의 바람도지나간 후에야 가슴이 서늘해온다.인연의 나뭇잎 모두 날리고 난 후반 백색 그 높은 가지 끝으로소리치며 소리치며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가. 2024. 7. 5. 여름 여자 《여름 여자》 나태주걸어가는게 아니라춤추는 것 같네아니야파랑 호수 맑은 물에물새 한 마리헤염치며 노는 것 같네아니야 그것도이슬 하늘 하늘 바다에하늘 새 한 마리날아가며 노래하는 것같네새빨간 운동화 신고물방울 무늬 여름찰랑찰랑 원피스 차림. 2024. 7. 4. 이전 1 2 3 4 5 6 7 ···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