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라이너 마라아 릴케
그리움이란 이런 것
출렁이는 파도 속에서의 삶
그러나 시간 속에 고향은 없는 것
소망이란 이런 것
매일의 순간들이 영원과 나누는 진실한 대화
그리고 산다는 것은 이런 것
모든 시간 중에서도 가장 고독한 순간이
어제 하루를 뚫고 솟아오를 때까지
다른 시간들과는 또다른 미소를 띠고
영원 속에서 침묵하고 마는 것
고독한 사람
낯선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영원히 귀향길에 있습니다.
그들 식단을 보면 충족된 날들로 가득하지만
내게는 아득한 곳의 모습만 있습니다.
내 얼굴 속에 세상이 스며듭니다.
달처럼 어쩌면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
그러나 세상은 어떤 감정도 남겨두지 않습니다.
세상의 온갖 언어에는 삶이 끼어 있습니다.
멀리서 내가 가져온 것들은
희귀하게 보이면서, 제몸에 매달려 있죠:
그들의 넓은 고향에서 그들은 짐승이지만,
여기서 그들은 부끄러움을 타며 숨을 죽입니다.
살로메에게 바치는 시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나는 당신을 가슴으로 잡을 것입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럼 나의 뇌가 심장으로 고동칠 것입니다.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당신을 핏속에 실어 나르렵니다.
존재의 이유
아! 우리는 세월을 헤아려 여기저기에
단락을 만들고, 중지하고, 또 시작하고
그리고 두 사이에서 어물 거리고 있소.
그러나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친한 관계에 있고, 태어나고, 자라고
자기 자신으로 교육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결국 그저 존재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단순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말이요.
마치도 대지가 사계절의 돌아감에 동의 하면서
밝아졌다, 어두워 졌다 하며 공간 속에 푹 파묻혀서
하늘의 별들이 편안하게 위치하는
그 숱한 인력의 그물 속에 쉬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이....
서시(序詩)
네가 누구라도, 저녁이면
네 눈에 익은 것들로 들어찬 방에서 나와보라
먼 곳을 배경으로 너의 집은 마지막 집인 듯 고즈넉하다
네가 누구라도.
지칠대로 지쳐, 닳고닳은 문지방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너의 두 눈으로
아주 천천히 너는 한 그루 검은 나무를 일으켜
하늘에다 세운다: 쭉 뻗은 고독한 모습, 그리하여
너는 세계 하나를 만들었으니, 그 세계는 크고,
침묵 속에서도 익어가는 한 마디 말과 같다.
그리고 네 의지가 그 세계의 뜻을 파악하면,
너의 두 눈은 그 세계를 살며시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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