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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풍경 ♣/원예종, 목본

마가렛

by 별스민 2011. 5. 2.

 

 

 

                                                                                                               흑백으로 한컷

 
 
임의 꽃밭에서
       시 : 심천님

저 꽃망울은 어둡고 차가운 제 그림자로 꿈의 안쪽을 팠겠지요
그대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 하나로 이파리를 밀어냈겟지요
그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언덕에서는 긴 밤을 지새운 아침이슬을 생각했겠지요
제 가느다란 발목 때문에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가수 김종환씨가 부른 존재의 이유를 애절하게 읊조렸겠지요

우둔한 일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며, 최선이며, 사랑이라 했겠지요
이 고개만 넘으면 그립던 그대를 만날 수 있다고
아아, 지금 고독과 함께 살아도 고마웠겠지요

선뜩 달려갈 수 없는 길은 비련이지요
어쩌다 바람이라도 불어와 가지를 흔들어 주면 힘이 났겠지요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달음질은 눈물이지요
눈물이 앞을 가릴 때는, 꿈속인 듯, 구름 속인 듯, 그런 얼굴로
만개했을 때를 생각해도 좋으리
그대를 생각만 해도 힘이 되는 내 발길을 가로막는 바람과 돌맹이는
내 신발 삼으면 좋으리

밤길에 등불을 켜듯, 잉거불이 사라질 즈음 알밤과 고구마를 묻듯
꽃망울은 에오스*에 제 그림자를 누이고, 오매불망으로 제 존재를 들어올렸겠지요
그대 하나 보고싶어 가끔 눈물을 쓰윽, 남몰래 흠치기도 했겠지요
저 꽃망울은. <마치 내가 임을 그리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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