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푸른 이름
이기철
아직 이르구나
내 이 지상의 햇빛,
지상의 바람 녹슬었다고 슬퍼하는 것은,
아직 이르구나,
내 사람들의 마음 모두
잿빛이 되었다고 탄식하는 것은
수평으로 나는 흰 새의 날개에 내려앉는
저 모본단 같은 구름장과
우단 같은 바람 앞에 제 키를 세우는 상수리나무들
꿈꾸는 유리 강물, 햇볕 한움큼씩 베어 문 나생이 잎새들
마음 열고 바라보면 아직도 이 세상 늙지 않아
외출할 때 돌아와 부를 노래만은
언제나 문고리에 매어 둔다
이제 조그맣게 속삭여도 되리라
내일 아침에는 이 봄에 못 피었던 수제비꽃 한송이 길 옆에 피고
수제비꽃 옆에 어제까지 없던 우체국이 하나
새로 지어질 것이라고,
내 귓속말로 전해도 되리라
오늘 태어나는 아이가 내일 아침에는 주홍신을 신고
마음속 가장 따뜻한 말을 싸서 부치러
우체국으로 갈 것이라고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0) | 2012.03.12 |
---|---|
그대라 부르고 싶은 사람 (0) | 2012.03.08 |
사랑 한다는 말 (0) | 2012.02.28 |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0) | 2012.02.24 |
길 (0) | 2012.0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