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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모란이 피기까지는

by 별스민 2009. 5. 28.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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