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기슭에서
고정희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의 등을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서 등을 기대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도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너지 못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류나무 잎새처럼 안타까이 손 흔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도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상에 안식이 깃드는 황혼녘이면 두 눈에 흐르는 강물들 모여
구만리 아득한 뱃길을 트고 깊으나 깊은 수심을 만들어
그리운 이름들 별빛으로 흔들리게 하고 끝끝내 못한 이야기들
자욱한 물안개로 피워올리는 북한강 기슭에서,
사랑하는 이여, 내 생에 적셔 줄 가장 큰 강물
또한 당신 두 눈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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