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전에
시 : 마종기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이
땀이 되어 나를 비집고 나온다.
표정 순하던 내 얼굴들이
물이 되어 흘러내려 사라진다.
내 얼굴은 물의 흔적이다.
당신의 반갑고 서글픈 몸이
여름 산백합으로 향기로운 것도
세상의 이치로는 무리가 아니다.
반갑다. 밝은 현실의 몸과 몸이여,
아침 풀이슬에서 너를 만나고
저녁 노을 속에 너를 보낸다.
두 팔을 넓게 펼치면, 어디서나
기막히게 네가 모두 안아진다.
언제고 돌아갈 익명의 나라는
지금쯤 어디에서 쉬고 있을까.
잠시 전에 내 몸이었던 것 또, 떠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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