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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풍경 ♣/머무르고 싶은 날의 풍경

저녁노을

by 별스민 2018. 10. 22.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 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 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 쪽을 물들이기를 바랬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 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 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었습니다 - 도종환의 저녁노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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