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을에 부치는 편지

by 별스민 2023. 10. 31.

가을에 부치는 편지 
                   박인걸
 
여보게!
마을이 단풍속에 묻히니
내 마음도 그 속에 파묻히네.
물감으로 칠할 수 없는 색깔들이
가을나무들을 휘감을 때면
작년 가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굵게 두드리네. 
 
아직 된 서리가 내리기 전
청초한 들국화 높은 하늘을 쓸어 담고
고즈넉한 석양 무렵 고개를 숙일 때면
늦가을 저녁 바람마저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서성이고
붉은 노을은 꽃잎에 입을 맞춘다네. 
 
진노랑 은행잎이 뚝뚝 떨어질 때
까마득히 잊었던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곱게 늙어가리라 다짐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아직 덜 여문 내 마음을 꺼내어
붉게 물든 단풍나무에 걸어 놓는다네. 
 
여보게!
이 가을마져 그 동안이 얼마남지 않아
쫓기는 듯함 아쉬움이 주위를 서성거리네.
어둑한 하늘을 나는 철새의 울음이
애절한 듯 간절한 듯 여운을 남길 때
단풍잎처럼 붉게 물든 내 삶을 조각들을
비워야 할지 버려야 할지 고민중이라네.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  (0) 2023.11.09
가을의 창문을 열면  (0) 2023.11.08
가을 전송  (0) 2023.10.29
가을  (0) 2023.10.23
코스모스  (0) 2023.10.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