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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을 바람

by 별스민 2018. 11. 22.

가을 바람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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