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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난한 가을 날에

by 별스민 2023. 11. 30.

가난한 가을 날에

                박노해

 

늦은 가을비 내리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떨어지는 잎들이 그랬다

 

올 가을은 가난 했다고

단풍조차 다 물들지 못해

미안 하다고

 

말라 초라한 잎이라도

비 눈물에 고이 펴서

나 바람에 진다고

 

가물었던 지난 여름

곱게 빛나지도 못한

부실한 내 가을 생애

후회 하는가

 

후회는 없다

원망도 없다

회한이 있을 뿐

 

잘 해주고 싶었으나

어려운 날 이었다고

하여 서러 웠다고

 

너무 늦게 내리는

무정한 빗속에서

흐느끼듯 날리는

단풍잎들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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