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가을 날에
박노해
늦은 가을비 내리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떨어지는 잎들이 그랬다
올 가을은 가난 했다고
단풍조차 다 물들지 못해
미안 하다고
말라 초라한 잎이라도
비 눈물에 고이 펴서
나 바람에 진다고
가물었던 지난 여름
곱게 빛나지도 못한
부실한 내 가을 생애
후회 하는가
후회는 없다
원망도 없다
회한이 있을 뿐
잘 해주고 싶었으나
어려운 날 이었다고
하여 서러 웠다고
너무 늦게 내리는
무정한 빗속에서
흐느끼듯 날리는
단풍잎들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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