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줍는 달
박노해
가을은 그저 줍는 달
산길에 떨어진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고 대추 알을 줍고
가을은 햇살을 줍는달
물든 잎새를 줍고 가을 편지를 줍고
가슴에 익어 떨어지는 시를 줍고
그저 다 익혀 내려주시는
가을 대지에 겸허히 엎드려
아낌없는 나무를 올려다 본다
그 빈 가지 끝
언제 성난 비바람이 있었냐는듯
높고 푸른 하늘은 말이 없는데
그래
괴로웠던 날들도 다 지나가리라고
다시 일어서 길을 걷는 가을
가을은 그저 마음 줍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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