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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첫눈 오는 날의 시

by 별스민 2023. 12. 14.

첫눈 오는 날의 시

                 정연복

 

맘속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첫눈

지금 풍성히 내리고 있다.

 

하늘과 땅 사이의

무한 허공 가득

눈송이 송이마다

가벼운 춤사위.

 

오늘은 나도

춤추듯 살아야겠다

삶의 염려와 욕심 따위

하얗게 잊고.

 

세상모르는

어린아이 처럼

백설의 순수한

마음 하나만 품고서.

 

 

눈 기다림 

          서봉석

 

눈 내리는 것 보자고

추워도 겨울을 기다린다

눈이 내리면

한 뼘씩 그늘 덜어내며 쌓이는 눈 속

뼛속까지 하얀 눈사람으로

우리도 둥글게 모여서

비록, 천당은 못갈 목숨이래도

이 세상 살고 있는 지금은 즐거워라

촛불 한 자루에도

은근해지는 사람들의 저녁

해 안뜬 날도 걱정 없이

하늘의 초청장처럼 무량하게도 내리는 눈

가로등 불빛에 멋들어 지면

정 든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크리스마스 카드가 보고 싶어서

추워도 겨울을 기다리고 있을 뿐

푸른 날로 오는 봄 때문만은 아니다

눈 내리는 것 보자고

추워도 겨울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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