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기다리며
권오범
늙어갈수록 철들 기미조차 없는 나의 주책
첫눈은 함박눈이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마른하늘 우러러 히죽거리는 것이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내 안에 소녀 마음이 자라고 있었나보다
눈 감고 잠 끌어당겨 구절양장 인생길 치쓸다 보니
강아지와 함께 찍었던 발자국이
고향 남새밭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미소 흘리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이불 속
서울은 낭이라더니
추억마저 되작이는
게 싫은걸까
한 사날 독하게 최대한 밤을 키워놓은 이정표
동지가 달력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백설기 같은 숫눈길로 달려오는 햇귀로
하루를 열고 싶은 이 마음 아랑곳 없이
밤새 기척도 없이 내린 비에
세상이 온통 호졸근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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