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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눈 꽃

by 별스민 2023. 12. 24.

눈꽃

    박인걸

 

나무들 가지마다

몇번이나 눈꽃이 피고져도

봄은 올 기색이 없다

 

차갑게 피는 눈꽃은

세상을 물들일 뿐

생명을 움직이지 못 하고

눈꽃에 마음이 들뜬 자들은

잠시 후 실망을 내뱉고

향기없은 차가운 가루에

낭만은 녹아내릴 것이다

 

눈꽃은 꽃이 아니라

누군가 지어준 이름일 뿐

죽은 별들을 화장한

가루일지도 모른다

 

눈 내린 가슴마다 무덤이되고

꽃이 죽은 길 거리는

차들도 무서워 설설긴다

그래서 눈꽃이 내리는 날이면

세상은 숨을 죽이고

폭설 아니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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