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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눈 내리는 날 월드컵 공원에서

by 별스민 2024. 1. 1.

눈을 기다리며 

           권오범

 

늙어갈수록 철들 기미조차 없는 나의 주책

첫눈은 함박눈이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마른하늘 우러러 히죽거리는 것이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내 안에 소녀 마음이 자라고 있었나보다

 

눈 감고 잠 끌어당겨 구절양장 인생길 치쓸다 보니

강아지와 함께 찍었던 발자국이

고향 남새밭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어

미소 흘리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이불 속

 

서울은 낭이라더니

추억마저 되작이는

게 싫은걸까

한 사날 독하게 최대한 밤을 키워놓은 이정표

동지가 달력에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백설기 같은 숫눈길로 달려오는 햇귀로

하루를 열고 싶은 이 마음 아랑곳 없이

밤새 기척도 없이 내린 비에

세상이 온통 호졸근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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