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by 별스민 2024. 1. 12.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스무 번 사랑하고 스무 번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 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겨울의 시  (0) 2024.01.14
1월의 시  (0) 2024.01.12
눈 내리는 날 월드컵 공원에서  (0) 2024.01.01
눈 꽃  (0) 2023.12.24
첫눈 오는 날의 시  (0) 2023.12.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