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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그 겨울의 시

by 별스민 2024. 1. 14.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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