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숲
복효근
새들도 떠나고
그대가 한 그루
헐벗은 나무로 흔들리고 있을 때
나도 헐벗은 한 그루 나무로
그대 곁에 서겠다
아무도 이 눈보라 멈출 수 없고
나 또한 그대가 될 수 없어
대신 앓아줄 수 없는 지금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눈보라를 그대와 나누어 맞는 일뿐
그러나 그것마저
그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보라 그대로 하여
그대 쪽에서 불어오는 눈보라를
내가 견딘다
그리하여 언 땅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얽어쥐고
체온을 나누며 끝끝내 하늘을 우러러
새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보라 어느샌가
수많은 그대와 또 수많은 나를
사람들은 숲이라 부른다.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사랑 (0) | 2014.02.21 |
---|---|
저녁 안부 (0) | 2014.02.19 |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0) | 2014.02.14 |
눈 오는 지도 (0) | 2014.02.10 |
그리움만 쌓이네 (0) | 2014.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