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구름

by 별스민 2008. 4. 9.

구름

  -조 병화 -

내가 네게 가까이 하지 않는 까닭은
내겐 네게 줄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네게서 멀어져가는 까닭은
내가 감내할 수 없는 것을
너무나 많이 너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 너를 잊고자 돌아서는 까닭은
말려들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곳에서
어지러운 나를 건져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혼자 내가 떨어져 있는 까닭은
가진 것도 없고, 머물 곳도 없지만
한없이 둥둥
편안하게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터무니없이 오만한 너의 인간의 자리
허영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너의 거드름을 피하여
이만큼 떨어져 있는 자리
아,이 무구 무한한 하늘

내가 너를 멀리하고자 하는 까닭은
가진 것도, 머물 곳도 없어도
홀로 마냥 떠 있을 수 있는
넓은 그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그지없이 외롭다 해도
한없이 적막하다 해도
맥없이 넓은 이 자유

내가 영 너를 잊고자 하늘 까닭은
네게 줄 아무것도 내겐 없기 때문이다.

~~~~~~~~~~~~~~~~~~~~~~~~~~~~

가난은

가난은 언제나 슬픈 거
어디서나 애절한 거
누구에게나 가련한 거

그것은 불쌍하다는 말을 넘어서
그대로 마음에 젖어드는 까닭없는 눈물
찌릿 찌릿한 거
찌릿 찌릿한 거

모로코, 마라케시 근교
모래바람 부는 시골 장터에서
야윈 나귀를 팔고 있던
아랍의 여인, 그 까만
굶주린 깊은 눈동자를
지금도 나는 잊지 못한다.

그건 혁명 같은 거
사랑 같은 걸 넘은
혈육 같은 찐득 찐득한 거

그것을 더 넘은
비극의 미학 같은
사막의 사랑 같은
나의 눈물이 아니었던가

아, 그와도 같이
가난은 언제나 슬픈 거
어디서나 애절한 거
누구에게나 가련한 거.

~~~~~~~~~~~~~~~~~~~~~~~
평화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평화로와진다
산란한 마음이 지속될 때도
불안한 마음이 지속될 때도
초조한 마음이 지속될 때도
나무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온 마음이 평화로와진다.

아, 그렇게
먼 너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평화로와진다
불안한 마음이 지속될 때도
초조한 마음이 지속될 때도
산란한 마음이 지속될 때도

온 세상이 불쾌한 공기로
나를 둘러쌀 때도.

~~~~~~~~~~~~~~~~~~~~~
헤어진다는 것은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을 말고
-이젠 서로 사랑만 가지곤 견디지 못합니다
-그리워서 못 일어서는 서로의 자리올시다.

슬픈 기억들에 젖는 사람들.
별 아래 밤이 내리고 네온이 내리고
사무쳐서 모이다 진 자리에 마음이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와 나는  (0) 2008.04.10
가을  (0) 2008.04.09
사랑의 계절  (0) 2008.04.09
주점  (0) 2008.04.09
칼칼한 동반  (0) 2008.04.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