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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늙어가는 역

by 별스민 2022. 12. 28.

늙어가는 역

            - 최진화-

 

몸이 내리지 못한 역에

마음이 먼저 내렸습니다

닫힌 자동문 앞에서

내리지 못한 몸이 강물을 바라봅니다

 

​​불빛에 반사되어 환해진 마음

눈썹 밑에서 가랑비처럼 젖는 마음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지만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던 시절이었습니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던 얼음 같은 기차를

보내고 또 보내고

​​초승달이 수줍게 눕는 강물 위를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자루 벌레 같던 젊음은

검은 터널 속으로 휙휙 사라져 갑니다

​나는 오늘도 늙어가는 역에

마음만 내려두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역을 지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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