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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기다림

by 별스민 2022. 12. 27.

기다림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 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루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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