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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늙은 비의 노래

by 별스민 2011. 12. 9.

늙은 비의 노래

             마종기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 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 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깨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되어 지나갈 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할 때

두꺼운 밤은 내 풋잠을 진정시켜 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 비가 두드려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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