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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벗 하나 있었으면

by 별스민 2013. 11. 6.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  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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