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봄밤의 회상

by 별스민 2018. 4. 20.

봄밤의 회상
       이외수

밤 새도록 산문시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애 언제 한번
꿀벌들 날개짓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 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 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비꽃에 대하여  (0) 2018.04.27
작은 봄 속에서의 힐링  (0) 2018.04.21
외로운 세상  (0) 2018.04.09
꽃이 되는 건  (0) 2018.04.08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0) 2018.04.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