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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by 별스민 2012. 1. 31.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마종기

 

 

 그러면 나는 이제 누구인가

겨울바람에 피부가 터진

말채나무가 대답도 없이 웃는다

꿈꾸는 사람은 행복하다

 

환갑 넘은 바람 몇개가 일어나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게으른 열매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라며

낮은 하늘을 흔들어댄다

 

이 추위를 보내면 한 세월이 가고

하얀 말채나무 꽃이 온 몸을 덮는다니

그 때면 내 뼛속에 감추었던 우수의 철책 거두고

정처없던 긴 여행을 마무리해야지

 

늙은 새 한마리가 날갯짓 멈추고

얼어버린 하늘을 겨우 넘어가는가

하늘이 늙은 새를 안아주고 있는가

 

그러면 나는 이제 누구인가

완전하다는 것도 분명하다는 것도

빈 말채나무에서는 보이지 않고

맑고 푸르는 당신의 발걸음이

겨울이 끝나는 날처럼 따뜻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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