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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세월이 가면

by 별스민 2008. 3. 17.

- 세월이 가면 -

          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수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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