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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아름다운 하루

by 별스민 2015. 6. 18.

 

아름다운 하루

          이기철

 

숨 쉴 때마다 나무들의 몸이 투명해진다
쫓아온 햇빛이 나무들의 몸 속으로 파고 든다
'너에게 가고싶다'는 말을 한꺼번에 토해놓고
허전해서 웃고 있는 산나리꽃

풀을 밟으면 내 발이 푸르러진다
떠내려 가는 풀잎은 머지 않아
이마가 흰 사람의 마을에 닿을 것이다
이제 그리움을 내려놓아라
살다보면 눈부신 슬픔도 있고
보석의 아픔도 있다

풀잎이 햇빛 쪽으로 몸을 휘면
물은 산발치 쪽으로 흘러간다
산이 잠긴 단추를 푸는 동안
바람은 재빨리 더 작은 바람을 데리고
산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못 내려놓은 기다림이 남았는지
각시꽃의 얼굴이 붉어진다
잎새들이 햇빛 쪽으로 돌아앉은 오전
산들이 흰 타월같은 물을 내려보내
늦잠 깬 골짜기를 씻는다

살아있는 것 만이 누릴 수 있는
이 고요한 푸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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