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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어느 날 .... 유치환

by 별스민 2010. 1. 10.

어느 날
 시집 [기도가]에서

                                유 치 환


 해 나도 살을 저미는 추운 날이로다
 멀리 겨울의 앙상한 수목(樹木)이 보이는 거리는
 한가지 적막한 윤리에 연하여 있어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생각하는 길을 가는데

 돌같이 얼어붙은 땅에 괭이질 하는
 전차 선로공의 소득 없는 노력을 보다가
 그 거리를 오늘 나는
 나의 애환의 인생에도 가장 연고 없는
 적은 소간을 보러 다시 가는 것이었다

 겨울의 까치 둥주리를 보면 우리 어머님 생각이 나오

 적은 창문을 가려 우거졌던 잎들이 모조리 지고 나니
 겨울 햇빛리 행결 많이 비쳐들건만
 둥주리를 나드는 그의 초라한 양은 볼 수 없어
 종일을 집안에서 쪼구리고 앉아만 있는지
 밤에 와서 쉬이기만 하고
 집은 추워 노상 외출만 하고 지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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