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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풍경 ♣/그리움의 풍경

저녁 놀의 성찬

by 별스민 2012. 1. 12.

 

 

 

 

 

 

 

 

 

 

 

 

 

 

저녁놀의 성찬 

            이기철

 

금기는 짧고 방임은 길어라
내 어린 처녀들의 작은 침실에
면사포같은 행운이 찾아오고
꽃다운 신부들은 오늘 밤 첫 아일
가질 채비를 한다

이제 비탄의 노래는 부르지 마라
어둔 하늘엔 별들이 작은 여행을 서두르고
저물수록 어둠들은 서로를 불러
한 식구가 된다

어느 탕자가 저 붉은 노을에 장가들 수 있으랴
노을은 다만 노을일 뿐
벌레들의 귀 속으로 초저녁 달빛이
흘러 들어간다

열광이란 저렇게 찬란한 것임을,
한 사람의 생애에 마침표가 찍히는 시간에도
내 친척들은 찬탄을 기다리며
대문을 닦는다

그러나 아직은 기다려라
저 저녁놀의 성찬에 가기 위해서는
내 사랑하는 처녀들이 바삐 단추를 풀고
수밀도같은 알몸으로 목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은쟁반같은 손으로
너무 멀리 가버린 환희를 불러
형벌조차 초대할
저녁 식탁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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