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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중년 여자의 노래

by 별스민 2013. 8. 8.

- 중년 여자의 노래   -

                               문정희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상한 계절이 왔다

 

아찔한 뽀족 구두도 낮기만 해서

코까지 치켜들고 돌아다녔는데

낮고 편한 신발 하나

되는 대로 끄집어도

세상이 반쯤은 보이는 계절이 왔다.

 

예쁜 옷 화려한 장식 다 귀찮고

숨 막히게 가슴 조이던 그리움도 오기도

모두 벗어버려 노브라 된 가슴

동해 바다로 출렁이든가 말든가

쳐다보는 이 없어 좋은 계절이 왔다.

 

입만 열면 자식 얘기 신경통 얘기가

열매보다 더 크게 낙엽보다 더 붉게

무성해 가는

살찌고 기막힌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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