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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허망에 관하여

by 별스민 2014. 12. 14.

허망에 관하여

            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 꾸러미를 너에게 준다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어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 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하는
이런 일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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