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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남겨진 가을

by 별스민 2014. 12. 15.

남겨진 가을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 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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