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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을에 부르고 싶은 이름

by 별스민 2011. 9. 12.

 

가을에 부르고 싶은 이름

 


가을은 또 다른 신의 이름
가을은 신이 가지고 온 마지막 선물

풀잎 끝에 오롯이 맺힌 이슬 속에서
누군가의 순수가 어린 그림자로
꿀벌처럼 가을을 빨아먹고 있습니다.

 

곱게 물든 산새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여 온갖 형용사로
그림을 그리는 당신은 이 가을에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동해의 푸른 바다로 떠난
빨간 새들 갈매기와 노닐다가
역겨워 지친 날개를 퍼덕이며
가을 풍광에 서 있는 당신은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골짜기마다
산의 울음이 쏟아지는 맑은 물

시린 발 움켜쥐고
무심코 흘러가는 구름을 잡아
여기가 천국이라고 말하고픈 당신
그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

 

신이 가지고 온 마지막 선물
이 세상에 이것 하나밖에 없다고
하늘에다 지워지지 않는 일기를 쓰는 당신은
진정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입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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