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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가을.....조병화

by 별스민 2009. 9. 8.

가을 -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길 - 조병화


맨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간 사람은
지금쯤 어디를 가고 있을까

이제 내가 이 길을 가고 있음에
내가 가고 보이지 않으면
나를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길은 이어지며
이 가을
어서 따라 오라고
아직 하늘을 열어 놓고 있구나

 

 

가을 -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 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가을편지 -조병화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훨훨 손털고
빈 손으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여기저기로
뿔뿔이
겨울에 떠났던 내가,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구름 밖에서
바람 보는 곳에서
수초 가에서
먼 봉우리 고갯길에서
빈 바닷가에서
도달치 못한 소망의 종점에서

상한 가슴으로
소리 없는 생각으로 내가, 다시
텅 빈 내게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떠날 때 품었던 거
풀지 못하고

떠날 때 찾으려던 거
찾지 못하고
떠날 때 그리던 거
채우지 못하고
다시 이 홀로

가을 이 歸鄕
깔린 햇살
묵묵히
여기저기서
내가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들
있습니다

이제 버려야지요
피곤합니다
이 가을엔 버리며, 버리며
돌아온 나와 내가
다시 떠날 겨울 채비
그 가벼운 여장을 추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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