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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귀로(歸路)

by 별스민 2022. 1. 17.

귀로(歸路)

     이솔로몬

 

넘칠 듯 말 듯 물 잔에 담긴 파아란 아쉬움

크게 한 모금 삼켜버리고

앙다문 입술, 비장한 걸음 옮기운다

 

저 멀리 흔들리고 있는 당신의 인사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버려

주워 담을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온 내 발자국에 고였다

 

돌아오는 기차에 올라 스치우는 당신을

한 폭의 풍경에 옮겨놓고

빈 여백사이로 흘러가는 당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기어진 거리 사이로 당신의 온기가 스미는구나

 

멀어질수록 그리워지고 흐를수록 아련해지는

당신의 초상이 마음 두드린 기적소리 되고

짙게 쌓인 한숨, 지난 철길에 덩그러니 남기운다

 

소슬바람 쉬어간 기억 한 켠에 놓인 한 장의 수채화

메마른 종이를 덮은 수분이 여백을 적시고

축축한 한 덩이 물감 비어버린 당신을 메운다

굳게 닫힌 입술 사이로 당신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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