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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

by 별스민 2013. 12. 9.

 

기차는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

                                  시: 남유정

 

기차가 건너간 뒤

기적소리 오래 허공에 남아

마을 어귀

느티나무 빈 그네를 흔들고 간다

가물가물 철길은

기적소리를 따라가고

검푸른 숲 그늘로

서늘하게 슬픔이 번진다

 

너 떠난 뒤

뒷산에서 한나절 뻐꾸기가 울었다

꼬깃꼬깃 접힌 쪽지를 들고

기차소리를 따라

하염없이 철길을 걸었다

 

어스름이 마을에 닿을 무렵

느티나무 빈 그네에 앉아 너를 생각했다

그리운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쉬이 잊혀진 마음들

머물렀던 순간은 짧고

간이역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킨다

푸른 기적소리

어둠을 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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