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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항구 수첩

by 별스민 2013. 12. 6.

항구 수첩
     이외수
 
늦은 밤 다실에는 음악이 없었다
한 여자가 흐린 조명 아래서
음악의 부스럭지를 비질하고 있었다

어둠의 바다
정어리 떼의 비늘이 희끗희끗 떠다니고 있었다
바바리 코트를 펄럭이며 한 사내가 방파제 위에 서 있었다

여기는 바다
그대 그리우면 돌아갈 것임
편지 쓰고 싶었다

허이연 바람이 밀려가고 있었다
다시금 날이 밝고 있었다
생손을 앓으며 뒤채인 지난 밤이 하얗게 표백되고 있었다


부두에는 목선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인부들이 밤의 시체를 져 나르고 있었다

월요일
다시 개임
다시 빛살
너무 멀리 떠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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