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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꽃을 위한 서시

by 별스민 2014. 3. 16.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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