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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나비의 여행

by 별스민 2024. 5. 17.

나비의 여행

           이기철

 

여린 생이 여린 생을 끌고 간다

생에 한 번뿐일 저 채색의 눈물겨운 외출

영원의 모습은 저런 것일까

슬픔의 목록 위에 생을 얹어놓고 가는

돌아서면 길 잃고 말 저 슬픈 여행

꽃술의 달콤함을 알았다면

너도 필생을 다한 것이다

몇 올 그물 무늬와 부챗살의 날개로

작은 색실 풀어 허공을 물들이며

해당 분매 망초의 키를 넘어 나비는 난다

저 아지랑이 같은 비상에도

우화는 분명 아픔이었을 것이다

잠들지 말아라, 생이 길지 않다

그 날개 아래, 꽃그늘 아래

들판의 유순함은 너로 인함이다

너에게 바치기 위해 나는 지순이란 말을 아껴왔다

햇살과 물방울과 나비와

가벼움으로 이루는 저기 고결한 생

바라보기에도 눈부신

슬프고 고요한 나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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