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내일의 유리 by 별스민 2019. 11. 24. 내일의 유리(琉璃) 이기철 얼마를 더 걸으면빨래처럼 희어지는 삶을 만날 수 있을까내 자작나무만큼이나 흰 오전을 맞으려고잎새를 흔드는 동풍보다 숨가삐 뛰어온 나날노래하는 새들, 소리내는 벌레들 뒤로 냇물만 쉬이 흘러갔을 뿐먼지의 날들은 하루의 길이에도 닳은 신발소리로만 남아 있다 들녘에 피는 꽃처럼나 또한 혼자서도 꽃필 수 있다면한 소절 피리 소리에 구겨진 생애가 명주가 되는 악사처럼손바닥만한 삶 위에 작은 보석 하나 가꿀 수 있으리 차운 돌을 데우는 오전의 햇살처럼삶이 마침내 눈부신 것이기 위해서는깨어질 때 더욱 빛나는 유리가 아니면 안 된다깁고 꿰메면서도 끌고 가야 하는 제 날들이라면누가 제 생애를 힘겹다고 진창 속에 버리겠는가몸이 죄를 짓고 영혼이 기도하며 가는 길이 삶일진대아무도 어제를 딛고 온 발자국 되돌릴 수 없다죄를 쌓으며 걸어온 길일지라도제 죄질을 벗겨 옷 지어 입을 수는 없다 어느 영원의 단애에 서면내 영혼의 향기 한 가닥 들판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작게 피어 더욱 아름다운 꽃처럼단추 속 온기를 추운 나무들에 나누어줄 수 있다면흩어져도 멀리 가는 향기같이비로소 내 하루 유리라 말할 수 있으리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바람이 머물렀던 날의 풍경 '♣ 시와 긴글 짧은글 ♣ > 시가 있는 풍경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0) 2019.11.28 가을엔 (0) 2019.11.28 외로운 영혼의 섬 (0) 2019.11.21 늙어가는 길 (0) 2019.11.20 11월 (0) 2019.11.17 관련글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가을엔 외로운 영혼의 섬 늙어가는 길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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