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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늙어가는 길

by 별스민 2019. 11. 20.

늙어가는 길

     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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