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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긴글 짧은글 ♣/시가 있는 풍경

눈 내리는 날의 만연사

by 별스민 2020. 2. 22.

 

 

 

 

눈 오네
좋네
추와도 겁나 좋네
누가 저 눈길 더듬어
차 먹으러 오면
눈발 아래 좋겠네

 

빵모자 쓰고
눈사람처럼 서 있을라네
허공에 찻잔 훈김 쏟으며
언 입으로 반길라네

어눌해도 좋아라
차 먹고 일어나면
짐짓 핑계대고
구들목 뜨신데 자고 가시라
소매 끌어 앉힐라네

 

아직 떨어지지 않는 잎새처럼
차 향 가시지 않은 찻 이파리 같은 손으로
가야 돼, 거절하며
실은 눈발 휘날리는 속으로
허위허위 사라지는 뒤태
그 부처 보고자픈 것 이지만
눈 오네 펄펄


- 석여공의 불각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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